-일헤는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일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바쁜와중의 일들을 다 해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할 일들을
이제 다 못 해내는 것은
쉬이 마감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야근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일 하나에 담배와
일 하나에 커피와
일 하나에 박카스와
일 하나에 압박과
일 하나에 갈굼과
일 하나에 부처님, 하느님, 알라신이시여...
교수님, 저는 일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1학기 때 책상을 같이 했던 동료들의 이름과 환(環),경(境),부(部)
이런 국가 과제들의 이름과 벌써 마감 한달남은
여러 부서들의 과제와 가난한 중소 기업들의 과제와
한글, 워드, 엑셀, PPT, AutoCAD, 카티아, C++, SigmaPlot
이런 프로그램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많이 깔려 있습니다.
할일이 옴팡지게 많듯이
교수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불란서(佛蘭西)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할일이 내린 책상 위에
자퇴서(自退書)를 써보고
분쇄기에 넣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코를 고는 윗분들은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일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보고서 위에도
자랑처럼 수정사항이 무성할 게외다.
원작 : 윤동주 시인 -별헤는밤-
Edit by World traveler
'자손킴's 기타등등 > 수 필 (手 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의 25세 ~ 35세 <부제 : 불쌍한 대한의 건아> (0) | 2012.12.17 |
---|---|
삶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 대고 있을때 (0) | 2012.12.17 |
갈증 (0) | 2012.12.16 |
[개소리] 영어정복 = 지구정복 (0) | 2012.12.16 |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아요 (0) | 2012.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