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 타닥...'
빗방울이 한두방울 창문에 걸터앉는다.
그리고는 이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느샌가 힘없이 아래로 또르르 굴러떨어진다.
수없이 봐온 장면인데도 오늘따라 왠지 빗방울들이 정겹게만 느껴진다.
그모습을 가까이 보고파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니 금새 내입에서 토해낸 머얼건 입김이 유리창을 희뿌옇게 뒤덮는다.
그 희뿌연 창밖으로 무표정한 사람들은 머리를 내리깔고 행여라도 신발이 젖을까, 바지가 젖을까 온통 그생각에 한발 한발 정성스레 걸음을 재촉하고있다.
빗방울은 그 사람들의 걱정스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즐거운듯 연신 유리창에 매달려 자기들만의 놀이를 즐기고있다.
어느새 버스가 집근처에 다다르고, 나도 이제 그 말없는 행인들과 함께 내 걸음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집으로 가는길을 재촉해야 하는데...
'토독 토독 후두둑 오도도독'
걸음에 집중도 하기전에 아까 그 짖궃은 빗방울들의 장난질이 시작된다.
'후두두둑 둑둑 오독오독 툭툭'
눈을 감고 듣고있자니 시원한 원두막 아래 비를 피하던 어렸을적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비뿐만이 아니라 살결을 스치고 지나가는 포근하고도 시원한 바람이 더욱더 기억을 생생하게 한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은 이내 그리움으로 바뀐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소리로 귓가를 매몰차게 몰아치다 보면 어느새 그리운 친구얼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머리속에선 그 친구들과 탁주 한사발에 지지미 안주로 이미 거나하게 취해서는, 이내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연신 자신들만의 세계를 서로 펼처놓기 시작한다.
이렇게 친구의 그리움에 취해, 빗방울의 장난에 놀아나다보니 어느해 굳게 닫힌 내 집앞의 철문에 다다르고는 열쇠를 쑤셔박고 맥빠진 손으로 문을열고 들어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2010.09.09 pm10:33~10:51>
World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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